빨콩은 씽크패드만의 아이덴티티 입력장치로, 키보드에서 팔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마우스 커서를 바로 조작할 수 있는 포인팅 스틱이다. 타이핑 도중 검지손가락만 움직여서 커서를 옮기고, 엄지손가락만 움직여서 클릭이 가능했기에 매니아층도 많은 주변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빨콩의 아쉬운 점 중 하나라면, IBM과 레노버는 기계식 스위치를 만들지 않았다. 즉 기계식 키보드와 빨콩 둘 다 원하는 수요층이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만족시켜줄만한 제품이 마땅히 없었다.
양쪽을 모두 원하는 사람이 줄곧 있었기에 이를 만족시켜줄 키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UHK의 빨콩모듈, TEX사의 키보드들. 그리고 레노버는 TEX의 Yoda 키보드를 역수입하여 씽크패드 로고를 붙여 팔게 되었다. UHK는 원래 빨콩은 기본 구성품에 없지만 엄지손가락 위치에 빨콩을 달 수 있다. TEX Yoda는 미니키보드 배열에 빨콩을, Kodachi는 텐키리스 배열에 빨콩을 붙였다. 그러나 Yoda는 미니키보드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고, Kodachi는 재질 상 가격이 엄청났다. 그리고 TEX에서는 세번 째 빨콩 기계식 키보드를 출시했다.
씽크패드의 아이덴티티 "빨콩" 트랙포인트를 기계식 키보드에 옮긴 제품, TEX Shinobi (텍스 시노비) 키보드
무려 공홈에서 가격만 2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주문 후 제작을 하는건지, 배송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린다. 만약 좀 더 싸게 사고싶으신 분들은 DIY킷을 구매하는걸 추천한다. 제품이 분해되어오고, 기판 조립 및 납땜질까지 직접 해야하는 대신 가격이 2/3 수준이니깐.
제품 구입 홈페이지: tex.com.tw
Shinobi는 기존 씽크패드의 7열 키 배열을 그대로 기계식 키보드에 이식했다. 그래서 텐키리스급의 좁은 가로 사이즈임에도 Fn키 없이 대부분 키를 사용할 수 있다. (팜레스트가 하우징에 포함되어있어서 세로 사이즈는 어마어마하다).
볼륨 키는 기본적으로 있고, 미디어 키는 Fn+방향키로 조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빨콩의 속도는 Fn+숫자키로 조작한다. 총 9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빨콩답게 타이핑을 하다가 잠깐의 마우스 조작이 필요할 땐 굳이 팔을 움직이지 않아도 바로 마우스 조작이 가능해서 너무 만족스럽다. 이래서 사람들이 빨콩을 버리지 못하나보다.
키 매핑(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shinobi.tex-design.com.tw). Programmable Keyboard라고도 부르던데, 아무튼 거의 모든 키를 새로 매핑할 수 있다(Fn키까지 가능). 게다가 이 매핑 프로파일은 3개까지 저장하고 DIP스위치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우선 이 키보드의 기본 DIP 설정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게다가 요즘은 키보드 배열이 너무 다양해서 보편적인 DIP설정만으로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커스텀 키 매핑이 된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Ctrl키와 CapsLock키를 바꾸는 설정과, Fn+IJKL 방향키 설정을 넣었다.
게다가, Shinobi의 기본 Fn키 레이어는 1개인데 커스텀을 하면 3개 레이어까지(Fn1~3) 지정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한 Fn키 역시 할당해야 한다.
뒷판에는 일본풍의 일러스트가 들어가있다. 키보드 기울기 조절은 1단 가능하며, DIP스위치가 존재한다.
DIP스위치는 1~3은 키 배열에 관한 설정, 4~6은 키보드 설정이다. 이 때, 1~3은 키 매핑 커스터마이징 파일이 있다면 해당 번호의 프로필을 불러오는 용도로 대체된다.
마우스 클릭 조작은 스페이스바 아래에 있는 3개의 키를 사용하는데, 이걸로 스크롤까지 가능하다. 이 키들의 스위치는 키보드의 스위치와는 다르게 체리 적축 LP로 되어있다.
블루투스 모듈을 추가로 구입했다. 모듈은 키보드 뒤에 꽂을 수 있으며, 건전지로 구동되고 3개까지 멀티페어링 및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하다. 유선연결까지 하고있다면 총 4개의 기기에 연결할 수 있다. 다른 기기로 연결을 바꿔도 기존 연결을 끊지 않기 때문에 전환이 아주 빠른 편이다. 실제로 페어링 할 때에도 키보드 이름 뒤에 숫자가 붙는다. 아마 세 개의 블루투스 채널이 들어있나보다.
커스텀 키캡이 호환이 되지 않는다. 씽크패드 7열 배열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Del, ESC키는 물론이고, F1~ 키나 방향키까지 키캡 크기가 다르다. 전용 키캡이 나오거나, 아니면 알파벳 부분만 키캡질이 가능해보인다. (그마져도 G,H,B키는 빨콩때문에 가공을 해야한다)
아쉬운점이, 인체공학적이지 않다. 씽크패드의 7열은 노트북에 넣어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얇고 평평한 프로파일을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Shinobi는 외장 기계식 키보드이다. 7열이나 되는 배열임에도 모든 키캡이 플랫해서, 번호키 윗쪽의 키를 누르기가 어렵다. 또, 해피해킹을 쓰다가 이걸 써보니, 해피해킹의 철학이 더 다가온다. 방향키를 치려면 손을 아예 움직여야 한다는게 생각보다 번거롭다(커스터마이징으로 해결할 수 있긴 하다만).
그리고 스태빌라이저 소음이 심하다. 스태빌 철봉에는 기본 윤활이 되어있긴 한데, 막상 그 철봉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조각에 유격이 있어서 스태빌 소음을 유발한다. 종이를 끼우든 뭘 하든 유격을 잡아야 하는데... 근데 사람마다 이 소리가 타자기 소리처럼 찰지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마냥 단점이라고 보긴 힘들 수도 있겠다.
가끔 빨콩이 타이핑에 방해가 된다. 이것은 Shinobi 뿐만 아니고 키보드 중앙에 빨콩이 있는 키보드들의 문제점인데, G,H 키 면적의 일부를 빨콩이 차지하고 있어서 가끔 키를 누르려다 빨콩을 건드린다. 하지만 이 정도는 빨콩이 가져다주는 이득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적응할 수 있다.
풀 사이즈 기계식 키보드에서 빨콩까지 완벽하게 쓸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정말 매력적이다. 스텝 스컬쳐 키캡이 미지원인건 아쉽지간 언젠간 커스텀 키캡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빨콩이 마우스를 완전히 대체하는건 가능은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게임 이런 것 때문이 아니고, 애초에 빨콩과 마우스 버튼들 위치가.. 한 손으로 쓸 때 손목이 편한 각도가 아닌 듯. 빨콩은 타이핑 도중 손을 움직이지 않고 마우스를 조작하는 등 잠깐잠깐 쓰기 좋지, 계속 마우스만을 사용해야할땐 일반 마우스를 따로 쓰는게 좋겠다. 적응할 수 있다면 적응해도 되지만. (지금까지 가장 손목이 편했던 마우스는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마지막은 타건 영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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